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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린아이에서 성장하여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보금자리를 떠나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. 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취방을 얻어 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. 금수저가 아닌 이상 우리들은 작은 원룸에서 시작한다. 그 안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꿈을 그려나간다. 그 방 안에서 공부를 할 수도, 친구와 술을 한잔 기우릴수도 혹은 새로운 연인과 함께 사랑을 이어갈수도 있다.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간다.

  그러나 우리는 결국 계속 이동할 수 밖에 없다. 일 때문에 이사를 갈 수도,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다. 그러나 자취방에 남은 우리의 추억과 꿈과 눈물은 하나의 방울이 되어 우리의 마음속을 떠다닌다. 자취방이라는 것은 어쩌면 '주거'라는 개념보다 더 많은 의미와 추억을 간직하고있다. 이러한 마음을 잘 녹여낸 곡이 이무진의 '자취방'이다. 

  이무진의 '자취방'은 자취방의 짐을 모조리 빼고 기본 옵션들만 남겨둔 채 마지막 외출을 하게 되는 화자의 기준으로 쓰여진 곡이다. 다시는 못 만날 나의 평범하고 자유로운 날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기분이 담긴 곡이다. 떠나기 싫고 어른이 되기 싫은 화자는 아쉽고 쓸쓸한 마음을 숨겨보고자 "괜찮아, 아니 괜찮지 않아, 아니 괜찮지 않지 않아 난 괜찮아"라고 중얼거리지만 결국 미련만 더 짙어질 걸 알면서 어리석게도 뒤를 돌아본다. 자취방이라는 것은 어른의 첫걸음에 해당하며, 그것을 떠난다는 것은 결국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이다. 


 

 

 


자취방 - 이무진 

처음 걷는 길이 전혀 두렵지 않은 듯

괜히 괜찮지 않지 않은 척 괜찮음을 보인 후

적막이란 이름의 마지막 손님을

나의 자취방에 들여봅니다

 

짐 정릴 끝마친 후에야

재필이 형과 인사 그 후에야

기본 옵션 가구와 나만

이곳에 남아있어 이제 나마저 떠나버리면

 

비어버릴 공간이 그려지지 않는다
괜히 섭한 마음에 방구석을 찰칵

이거 진짜 궁상을 안 떨 수가 없구나

어른이 되기 싫은 나는

 

처음 겪는 일이 전혀 무섭지 않은 듯

괜히 괜찮지 않지 않은 척 괜찮음을 보인 후

적막이란 이름의 마지막 손님을

나의 자취방에 들여봅니다

 

이 방에 살다시피 했던 그 친구가

마지막 인사는 본인도 껴달라 찾아와

이거 진짜 궁상을 안 떨 수가 없구나

라는 내 말에 끄덕거린

데동이도 안녕

 

생각해 보면 이 방은 치열했어

왜 나는 혼자 그리 쓰러져가며 싸웠어?

상대가 없어서 이기지도 못했어

대체 왜 난 누굴 위해 그랬어

 

아파야 했던 눈물 흘려야 했던

여러모로 짙어질 많은 흉터를 새긴 후

적막아 잘 있어라는 한 마디의

서투른 작별 인사를 마칩니다

 

데동이도 안녕 (안녕, 안녕)

홈마트도 안녕

광덕공원 안녕

안산천 정류장 수라상 서울예대

스물하나 일 년의 추억까지 모두에게

 

눈에 담으면 담을수록 미련만

커지기에 오르페우스와 같은 마음을 먹은 채로

적막아 안녕 널 이곳에 두고서

마지막 외출 문을 닫습니다

 

데동이도 안녕 (안녕, 안녕)

 

안녕 (안녕, 안녕)

녕 (안녕, 안녕)

안녕 (안녕, 안녕)

안녕 (안녕, 안녕)

안녕 (안녕, 안녕)


  12월과 1월은 대학을 졸업하거나 이직을 하는 사회초년생들의 이동이 많은 시기이다. 그들이 가진 추억을 뒤로한 채 자취방을 나서는 듯한 이무진의 '자취방'은 이러한 마음들을 대변한다. 우리의 추억들이 간직된 공간을 나서면서 서정적으로 끄적여보며 다시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을 잘 묘사하고 있다.

 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책임이 필요하며, 험난한 길을 걸어가야한다는 압박이 느껴지는 무게이다. 이제 처음으로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사회초년생의 무거운 마음을 곡 안에 담아내면서 "어른이 되기 싫은 나는, 처음 겪는 일이 전혀 무섭지 않은 듯 괜히 괜찮지 않지 않은 척 괜찮음을 보인 후" 와 같이 표현했다. 사회로 처음 나서는 것이 어찌 무섭지 않을 수 있겠냐마는 결국 우리는 그것을 이겨내고 괜찮아져야 하는 것이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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